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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펄프, 레이온에 대나무까지… 생분해 물티슈 개발 나선 업체들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 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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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은 지난호(2769호)에서 편리하면서도 치명적인 일회용품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물티슈의 역습’을 주제로 4개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특집 기사를 통해 물티슈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 등을 상세하게 지적했다. 그렇다면 물티슈 제조업체들이 플라스틱 대신 다른 소재의 물티슈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업체들은 플라스틱을 대신해 펄프(종이)나 레이온 소재를 활용한 ‘생분해 물티슈’를 만들고 있다. 업체들 또한 플라스틱 물티슈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물티슈를 플라스틱 원단이 아닌 다른 소재의 제품으로 바꾸기에는 갈 길이 멀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유한킴벌리 생활혁신연구소에서 만난 구창회 피부과학 제품개발 워크그룹 팀장은 “폴리에스터(플라스틱)는 물티슈 원단의 결합력을 높여 잘 안 찢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펄프나 레이온 원단을 사용한 물티슈는 플라스틱 소재 물티슈에 비해 결합력이 떨어져서 비교적 잘 찢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퍼포먼스(질)가 낮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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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만 써도 잘 찢어지지 않게”

유한킴벌리 생활혁신연구소는 물티슈를 비롯해 생리대, 기저귀 등의 제품을 개발하고 정식 출시 전에 다양한 검증 과정을 진행하는 곳이다. 구 팀장은 2016년부터 이곳에서 물티슈 연구를 담당했으며 종이 물티슈, 생분해 원단 물티슈 등을 개발했다. 그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플라스틱 없이 펄프만 써도 잘 찢어지지 않는 원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은 관련 법규가 바뀌고 소비자의 인식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저희가 매년 소비자 조사를 하는데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시장이 커가는 건 맞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 원료 가격도 높아진다. 그는 “탈(脫)플라스틱 원단은 플라스틱 원단보다 30~50% 더 비싸다”며 “원가가 높아질수록 제품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 팀장에 따르면, 탈플라스틱 물티슈 제품의 경우 펄프와 레이온을 섞어서 만든 원단을 쓰고 있다. 레이온은 나무 펄프를 녹여서 실 형태로 만든 것으로 펄프보다 비싸다. 구 팀장은 “소비자들은 기존의 플라스틱 소재 물티슈가 (제품의 질 측면에서)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물티슈는 소비자가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다 보니 프리미엄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제품력이 높아진다고 그만큼의 가치를 소비자로부터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 팀장은 소비자의 선택지를 늘리는 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는 생분해 원단 물티슈나 종이 물티슈를 고른다. 단순히 잘 팔리는 제품만 만드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유한킴벌리는 2030년까지 친환경 제품을 95%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물티슈도 생분해 원단을 사용한 물티슈로 대부분 전환할 계획이다. 물티슈 원단뿐만 아니라 물티슈 캡 부분의 플라스틱도 줄이려고 한다. 탄소 감축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친환경 물티슈에 대한 업체의 고민은 생활혁신연구소 곳곳에 녹아 있었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 놓인 다양한 용액과 저울, 물티슈 원단 샘플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구 팀장은 여기서 용액을 어떤 비율로 섞어야 하는지를 실험해보고, 샘플 원단에 적시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물티슈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성분이 들어간다. 정제수와 보존제(소듐벤조에이트), 세정 성분(코코글루코사이드)이다. 나머지는 용도에 맞게 추가된다. 예를 들어 글리세린 같은 보습 성분이 더해지기도 한다. 공산품으로 관리됐던 물티슈가 2015년 화장품으로 분류되면서 통과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연구소 안쪽에 있는 오븐이 가리키는 온도는 37.2℃, 40℃, 55℃ 등으로 다양했다. 그 옆의 냉동실은 -14℃와 4℃를 가리켰다. 구 팀장은 “물티슈를 개발할 때는 기존에 쓰던 원료를 계속 쓰지 않는다”며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신제품을 만들 때 이곳에서 안정성 테스트를 한다. 바로 ‘온도안정성시험’과 ‘cycle온도시험’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온도안정성시험은 높은 온도에서도 물티슈 용액이나 물티슈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cycle온도시험은 40℃에 뒀다가 -14℃에 두는 등 온도 변화가 생겨도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추울 때도 더울 때도 같은 물티슈를 쓰기 때문에 온도가 달라져도 물성에 차이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규제와 함께 지원과 투자도 중요”

친환경 제품에 대한 고민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 달성에 사활을 건 대기업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에코프렌즈’라는 물티슈 업체는 100% 대나무 원단을 사용한 물티슈를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충북 음성군의 ‘일동엘앤비’ 공장에서 ‘달토랑 밤부베이비’ 물티슈 공정을 담당하는 박종택 일동엘앤비 대표와 김영진 에코프렌즈 대표를 만났다. 일동엘앤비는 자체 제작 물티슈를 비롯해 발주받은 물티슈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만드는 공장이다. 이날은 달토랑 물티슈를 생산하기 위해 오전 8시부터 기계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김 대표는 “달토랑 물티슈는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은 100% 대나무 원단”이라며 완성된 물티슈를 하나 뽑아들었다. 그가 원단을 가로 세로로 잡아당겨도 단단하게 고정돼 잘 늘어나지 않았다.

평소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김 대표는 “물티슈에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환경이라 하면 생산 단계부터 환경을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나무는 베어도 금방 다시 자라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것과는 다르다. 기존의 플라스틱 소재 물티슈에 비해 만드는 가격은 높아도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신념으로 대나무 물티슈를 만들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일회용 물티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폐기물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폐기물부담금제는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 관리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재료·용기를 제조·수입하는 업자에게 처리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다. 이에 대해 물티슈를 만드는 두 대표의 의견은 갈렸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소재의 물티슈는 규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물티슈에 쓰이는 플라스틱 원단에 대한 규제가 이뤄진다면 제조사도 친환경 원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물티슈 공정을 관리하는 박 대표는 “제품에 대한 환경 부담금이 많아지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결국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티슈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규제가 생기면 저희도 규제에 맞게 제품을 새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단순히 저희에게 돈을 받아가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가 함께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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